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디지털 자산)에 투자해 보았거나 관심이 있다면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널뛰는 가격 변동성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암호화폐가 대중적인 결제 수단이나 안정적인 자산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는 데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여기서는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지,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에 대해 알아본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코인’이다. 미국 달러, 유로,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나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의 가치에 그 가격을 연동(pegging)시켜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나 USD코인(USDC)은 1코인이 항상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었다. 마치 우리가 은행에 1달러를 예금하면 1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 것처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1 USDT를 발행할 때마다 실제 1달러를 예치금으로 보관하여 그 가치를 보증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자산의 종류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달러나 유로 등 실제 화폐를 은행에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발행한다. (예: USDT, USDC, BUSD)
-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발행된다. 담보 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 때문에 보통 발행하려는 코인 가치보다 더 많은 양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는다. (예: DAI)
-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별도의 담보 자산 없이,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하여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과거 테라-루나 사태의 UST가 대표적인 예시이며, 현재는 가장 위험성이 높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암호화폐의 단점을 보완하며 여러 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 안정적인 가치 저장: 가장 큰 장점이다.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어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할 때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피난처’ 역할을 한다.
- 암호화폐와 명목화폐의 다리 역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복잡한 환전 절차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다른 코인을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이는 거래의 속도와 편의성을 크게 높여준다.
- 빠르고 저렴한 송금: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24시간 내내 전 세계 어디로든 빠르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어, 특히 국가 간 결제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의 핵심: 대출, 예금, 이자 농사 등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에서 가치를 안정적으로 측정하고 교환하는 기준 통화 역할을 한다. 스테이블코인 없이는 현재의 디파이 생태계가 작동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의 단점 및 위험성
물론 스테이블코인에도 명확한 단점과 위험성이 존재한다.
- 중앙화 및 신뢰의 문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발행사가 실제로 담보 자산을 1:1 비율로 잘 보관하고 있는지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발행사의 투명성과 신뢰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중앙화된 구조가 가장 큰 약점이다.
- 규제 리스크: 각국 정부와 금융 당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갑작스러운 규제 도입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와 사용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디페깅(De-pegging) 위험: 알고리즘의 결함, 담보 자산의 가치 폭락, 시장의 극심한 공포 등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이 목표로 하는 가치(예: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 가치가 폭락하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2022년의 테라-루나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붕괴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 투명성 부족: 일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담보 자산에 대한 정기적인 외부 감사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항상 투명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전망
스테이블코인은 여러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 효용성 덕분에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는 다음과 같이 예측해 볼 수 있다.
- 규제의 본격화: 각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자본금 요건, 준비금 증명, 정기 감사 등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등장: 각국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가 등장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CBDC가 주로 국내용으로 사용되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시장과 디파이 영역에서 계속 강점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 결제 수단으로서의 확장: 규제가 명확해지고 안정성이 검증되면,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거래용 자산을 넘어 실생활의 다양한 결제 수단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 투명성과 안정성 강화: 테라-루나 사태 이후, 시장은 더욱 투명하고 안정적인 구조의 스테이블코인을 요구한다.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준비금을 증명하고, 더 안전한 자산으로 담보를 구성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극심한 변동성을 해결하고 디지털 자산의 실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혁신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신뢰, 규제, 기술적 안정성이라는 과제들이 남아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규제의 틀 안에서 안정성을 증명하고 발전해 나가는지에 따라 미래 금융 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투자자로서 스테이블코인의 편리함만을 보기보다는 그 구조와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